블로그를 만드는 사람이 모든 것을 자신이 직접 만들어 내기는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이 만든 것을 빌어다 쓰는 경우가 많지요. 다른 사람이 만든 이미지, 소리, 글, 동영상 등을 이용하지 않은 사이트는 보기 힘듭니다. 그런데 남의 것을 아무 것이나 함부로 가져오면 안 됩니다. 저작권을 침해하여 큰 낭패를 볼 수도 있으니까요. 다른 사람의 어떤 저작물을 어떻게 가져와서 쓸 수 있는지를 알려면 크리에이티브 커먼즈를 이해해야 합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의 기본 이해
웹 서핑을 하실 때 저작권을 표시하는 곳에서 이런 기호를 많이들 보셨을 것입니다. 이 기호는 미국의 크리에이티브 커먼즈(Creative Commons, CC)라는 비영리 단체에서 만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Creative Commons License, CCL)라는 것인데, 특정 조건에 따라 다른 사람이 창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허락하는 저작권 라이선스 중 하나입니다. CCL을 적용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위키백과를 꼽을 수 있습니다. 위키백과 같은 저작물은 몇 가지 이용 방법이나 조건을 지키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쉽게 이해하자면 폐쇄적인 “All rights reserved”와 권리를 모두 포기하는 “No right reserved”의 중간쯤에 위치하는”Some rights reserved”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저작권은 “저작물을 배타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인격적·재산적 권리”라고 정의할 수 있겠지요. 일반적으로 저작권은 저작자가 모든 권리를 배타적으로 보유하고, 특정한 범위 안에서 제3자에게 이용을 허락하는 형태로 계약이 이루어집니다. 즉, 계약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은 당연히 저작물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CCL은 이를 폭넓게 개방하여 이용자가 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장려하되, 저작자의 권리도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렇게 하면 저작자와 이용자가 모두 좋습니다. 저작자는 자신의 의사에 맞는 조건을 선택하여 저작물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이용자는 적용된 CCL을 확인한 후에 저작물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저작자가 의도한 바와 다르게 저작물이 사용되는 일이나 이용자가 의도치 않게 저작권을 침해하는 일도 방지할 수 있고요. 또 당사자끼리 번거롭게 직접 계약하지 않고도 법적으로 이용허락이 성립하게 된다는 점, 기본적으로 공통된 내용과 형식을 따르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저작자가 만든 저작물에 적용된 CCL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고 CCL이 완전히 새로운 건 아닙니다. CCL은 어디까지나 현행 저작권법의 틀 안에서 효력을 뒷받침하는 체계입니다. 만약 CCL이 적용된 저작물의 이용자가 이용방법을 제대로 따르지 않거나 조건을 위반하면 당연히 저작권법도 위반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CC 표기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마음대로 사용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용허락조건
크리에이티브 커먼즈에서는 대다수 사람들이 원하는 조건을 조사하여 대표적인 이용허락조건 4가지를 추려냈습니다. 하나씩 살펴볼까요?
1. 저작자 표시
Attribution 또는 BY라고 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조건으로, 저작물을 만든 사람의 이름이나 출처를 표시하는 것입니다. 나중에 설명할 CC0이나 Public Domain을 제외한 모든 CCL은 저작자를 반드시 표시해야 합니다. 저작자를 올바르게 밝히기만 하면 상업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라이선스이므로 저작물이 최대한 유통되고 이용되기를 바라는 경우에 사용합니다.
2. 비영리
Noncommercial 또는 NC라고 합니다. 저작물을 금전이나 영리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영리목적으로 이용하려면 저작자와 별도로 계약을 체결하여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물론 실제 돈이 아닌 디지털 화폐나 사이버 머니를 취득하는 행위도 금지합니다.
3. 변경금지
No Derivative Works 또는 ND라고 합니다. 저작물을 수정하거나 저작물을 이용하여 2차 저작물을 만드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뜻입니다. 이 조건이 있으면 저작물의 내용을 편집할 수 없습니다.
4. 동일조건변경허락
Share-alike 또는 SA라고 합니다. 변경금지와는 달리 저작물의 내용을 바꾸고 2차 저작물을 만들 수 있지만, 배포할 때 동일한 조건으로 배포해야 합니다. 저작자를 표시할 때 원래의 저작자와 이후에 거쳐간 저작자를 모두 표기해야 합니다.
라이선스 유형
지금까지 이용허락조건에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셨습니다. 따라붙는 조건이 적으면 적을수록 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겠지요? 이 가운데 변경금지와 동일조건 변경허락은 동시에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총 11가지의 라이선스 유형이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저작자 표시를 기본 조건으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유형 6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저작자표시(CC BY)
저작자의 이름, 저작물의 제목, 출처 등 저작자에 대한 정보를 알려야 합니다.
저작자표시-비영리 (CC BY-NC)
저작자를 표시하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이용할 수는 없습니다.
저작자표시-변경금지 (CC BY-ND)
저작자를 밝히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지만 내용을 변경할 수는 없습니다. 즉, 저작물을 그대로 이용(다운로드/공유)해야 합니다.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CC BY-SA)
저작자를 표시하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저작물 내용을 변경할 수도 있지만, 2차 저작물에도 원저작물과 동일한 라이선스를 적용해야 합니다.
저작자표시-비영리-동일조건변경허락 (CC BY-NC-SA)
저작자를 밝히면 이용이 가능하고 저작물 변경도 가능하지만, 영리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고 2차 저작물에 원래 저작물과 동일한 라이선스를 적용해야 합니다.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CC BY-NC-ND)
가장 제약이 많은 라이선스입니다. 저작자를 밝히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지만 영리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고, 내용 변경 없이 그대로 이용해야 합니다.
CC0(CC Zero)와 퍼블릭 도메인
저작자가 자신의 의사표시로 저작권을 포기하거나 저작권 보호기간이 지난 경우, 또는 법률로 특정 저작물의 저작권 소멸을 규정한 경우 등 다양한 이유로 저작권이 소멸할 수 있습니다. 퍼블릭 도메인(Public Domain)은 이와 같이 저작권이 소멸된 저작물을 뜻합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퍼블릭 도메인도 원저작자의 저작인격권은 기간제한 없이 영구적으로 보호된다는 점입니다. 저작인격권(著作人格權)은 저작자가 저작물을 통해서 가지고 있는 인격적/정신적인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를 말하는데, 크게 “저작 재산권”과 “저작 인격권” 이 두 가지로 저작권을 구성합니다. 저작인격권은 일신전속권이라 하여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포기할 수 없습니다. 또한 저작 재산권에는 보호 기간의 제한이 있지만, 저작 인격권은 저작권자가 사망하여 저작 인격권이 소멸된 후에도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됩니다. 다시 말하면 아무리 퍼블릭 도메인 컨텐츠더라도 “내가 만든 것”이라고 거짓말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지요.
만약 저작자가 저작인격권을 포함해 일체의 권리를 포기한다면 퍼블릭 도메인으로 저작물을 배포할 수 있습니다. (모든 라이선스는 퍼블릭 도메인보다 우선합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에서 퍼블릭 도메인을 CC0로 라이선스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해 퍼블릭 도메인과 CC0은 다릅니다.) CC0 컨텐츠는 저작권자의 허락을 구하지 않아도 상업적인 목적을 포함하여 모든 목적으로 복사, 편집, 배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특허권이나 상표권은 CC0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단, 저작물을 사용하거나 인용할 때 저작자에게 승인을 받았다는 둥 하고 밝히는 건 안 됩니다.
여담으로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WTFPL(Do What The Fuck You Want To Public License)이라는 소프트웨어 관련 라이선스도 있습니다… 한국어 위키백과에는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공용 라이선스”라고 옮겨 놓았군요.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그림으로 정리하면 위와 같습니다. 이제 CCL 표시를 보면 척하고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