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한 사업계획서
비즈니스를 시작하기 전에 사업계획서라는 것을 작성하라고들 합니다. 북미에서는 사업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사업계획서를 들고 은행에 가서 돈을 빌리거나 크라우드 펀딩을 요청하니까 그런 것이 꽤 중요합니다. 또 SWOT 분석이라는 것을 하라는 충고도 많습니다. 인터넷에는 사업계획서 템플릿이 많이 있으니 다운로드해서 한번 보십시오.
하지만 저는 그런 거창한 문서를 만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바쁜 제가 어느 천년에 모든 정보를 다 수집해서 사업계획서를 만들 수 있겠습니까. 방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예측하느라고 아까운 세월이 다 가버릴 겁니다. 저는 그저 크게 봐서 ‘되겠다!’ 싶으니까 했고, 또 ‘안돼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일을 벌였습니다.
초미니 사업계획서
그렇다고 아무런 분석도 계획도 예측도 없이 일을 시작할 수야 없겠지요. 생각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 점검해 보기 위해서라도 소위 “사업계획서”라는 것을 간단하게 작성해 보는 것은 유익한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한 페이지짜리 분석을 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이건 남을 위해서 작성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 스스로를 위해서입니다. 또 분석을 위한 분석도 아닙니다. 스스로 생각을 예리하게 해 보기 위해서입니다. 아래 사항에 대해 간단하게 답을 해 보면 이 니치가 정말 내가 해 볼 만한 니치인지 분명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 니치의 이름과 부연 설명
- 내가 이것을 할 수 있는 이유
- 차별성
- 수익 창출 방법
- 경쟁
- 자원(시간)
- 부족한 점과 보충방안
저 정도를 적는 데는 한 페이지면 될 겁니다. 누구에게 보여주고 설득하고 승인받기 위해 작성하는 것이 아니니까 길게 작성할 것도 없습니다. 핵심만 간단하게 써 보세요. 한 20분이면 됩니다. 그리고 다 적고 나면 ‘아, 이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구나!’, 아니면 ‘이건 아무래도 내가 할 영역은 아닌가보다’ 하는 판단이 들 겁니다.
예시
앞에서 ‘캐나다 여행과 은퇴 이야기’를 예로 언급했으니, 이번에는 지금 이 사이트(패시브 인컴 전략)을 가지고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그럴듯하게 제목도 달아서 작성한 뒤에 프린트해서 벽에 붙여 놓았습니다.
여러분께서 저 내용을 다 이해해야 하는 건 전혀 아닙니다. 암호같이 보이는 것도 있고 유치한 노랫말도 있습니다만, 여러분 보시라고 작성한 것이 아니라 제 자신을 위한 메모일 뿐입니다. 이렇게 작성하는 데 10분도 채 안 걸렸을 겁니다. 물론 경쟁 상황 등은 구상 단계에서 이미 점검해 두었고, 새로 작성했다기보다는 머릿속에 있는 것을 그냥 풀어낸 것이니까 시간이 더 적게 걸리긴 했겠지만요. 그러나 크게 보면 이게 사업계획의 핵심입니다. 더 구체적인 것이야 제가 지금 알 길도 없고, 무슨 예측을 한다는 것은 더욱 말이 되지 않습니다. 패시브 인컴 개념 자체가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은 상태이니, 제대로 된 무슨 데이터가 있를 리도 없고요. 이렇게 하면 수익이 얼마나 나올 것이라는 예측도 쓸데없습니다. 목표와 희망은 있지만 예측은 없습니다. 그냥 열심히 하고 나서 어찌 되나 보는 거지요. 그리고 수익이 별로 안 나오면 더 나오도록 창의력을 발휘하면서 일하면 되는 것입니다. 사이트의 미래는 지금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제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고, 결국 제가 하기 나름입니다. 사업계획서는 그 출발선에서 내가 가진 자원과 노력할 방향을 한번 점검해 보는 것뿐입니다.
아마 실제로 해 보면 위의 있는 소위 “계획”이란 것이 상당히 엉터리라는 것이 밝혀질 수 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늘 그랬습니다. ㅎㅎ 생각보다 시간이 훨씬 더 많이 걸릴 수도 있고, 갑자기 무슨 사정이 생겨서 한 6개월 이 일을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어떻습니까? 큰 틀에서 보면 변하는 것 없습니다. 그냥 하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실패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데, 그리고 무슨 큰 돈을 투자하는 것도 아닌데, 무슨 실패가 있겠습니까? 그러니 당연히 go입니다.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ㅎㅎ
이 부끄러운 예가 여러분께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