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하면 그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 요령, 지혜도 바뀌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알지 못하고 옛시대에 통했던 방법, 요령, 지혜만을 고집한다면 그런 개인이나 조직은 새로운 기회를 잡지 못하고 점차 도태되고 말 것입니다.
옛시대의 지혜
그럼 옛시대, 즉 산업시대 혹은 굴뚝시대의 지혜는 무엇이었습니까? 물론 여러가지로 말할 수 있겠지만 저는 두 가지로 요약하고 싶습니다.
1) 근면성실
2) 약점을 보완하고 극복.
이 두 가지는 산업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기본적인 윤리입니다. 저런 것을 학교에서 따로 배운다기보다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하는 무엇, 부모님이 자식에게 훈계하는 내용, 졸업식 때 스승이 제자에게 건네는 덕담 같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저 두 가지가 그런 정도로까지 중요해진 것은, 저 두 가지 덕목이야말로 산업시대에 개인이 부를 축적하고 조직에서 사람 대접을 받을 수 있게 해 주는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저런 지혜에서는 무엇(what)을 하는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개인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사회적 상황 속에서 이미 정해져서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어떻게(how)는 매우 중요했습니다. 거기서 조직의 효율이 나오고 생산성 향상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또한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큰 조직을 이루고 있는 정부나 기업이 중요했고, 그런 조직 안에서 다른 사람과 같이 일할 때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둥글둥글하게 지낼 수 있는 태도와 마음가짐이 중요했습니다. 대략 그림이 그려지시나요? 그런 산업시대의 윤리요 덕목이었다는 것에 동의하시나요?
저런 윤리와 덕목은 굴뚝 산업(소품종 대량생산 산업) 시대에 적합한 윤리입니다. 소위 산업역군을 길러내는 윤리죠. 그러니 학교나 가정에서 저런 것을 당연히 가르쳤고요. 제가 저런 윤리가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상황, 어떤 측면에서 그것은 옳고 필요한 윤리이기도 합니다.
새 시대의 지혜
그러나 기술의 발전과 함께 개인 생활의 바탕인 사회경제적 토대가 바뀌었습니다. 대량생산과 관계되던 기술과 직종은 이제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체되어 가고 있습니다. 누구나 당연히 가던 소위 안정적인 직장, 평생고용의 길이란 것도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런 평생 직장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대신 어떤 시대가 열렸나요? 네, 제가 앞 글에서 소개해 드린 롱테일 경제시대, 다품종 소량생산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거대하고 비대한 관료주의적 조직이 아니라 개인과 소규모 팀의 지식과 창의성과 열정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 지식경제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이런 시대에 필요한 윤리와 덕목은 앞에서 말한 굴뚝산업 시대의 그것과는 다릅니다.
우선 근면성실보다는 스마트함이 필요합니다. 물론 이 말은 불성실하게 살라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무조건 열심히 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일의 경중, 우선순위, 중요도, 적합성을 따져봐야 합니다. 그래서 꼭 필요한 것과 중요한 것을 골라서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입학식, 졸업식, 회사 시무식 등에서 감초처럼 나오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라”는 말처럼 독이 되는 훈계는 없습니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결코 전문성을 쌓지 못합니다. 정신 없이 바쁘지만 실속은 없는 방식입니다. 그래가지고서야 어떤 일에도 진척을 이루지 못할 것입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일을 하지 말고 가장 중요한 일만 골라 집중적으로 하라”는 말이 훨씬 더 도움이 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면성실하게 일하는 태도(how)가 아니라 스마트한 일하기(중요한 일을 가려서 일하기, what이 중요한 일하기)가 중요합니다. 그렇게 공부하고 그렇게 일하면 개인이나 팀이 훨씬 더 큰 성과를 이루어 낼 수 있습니다.
약점을 보완하고 극복하라는 조언도 제가 보기에는 구시대의 지혜입니다. 물론 그 자체가 틀렸다고 할 수야 없겠지요. 자신의 약점이 뭔지도 모르고 오만하게 살라든지, 약점을 능청스럽게 자랑하라는 말은 당연히 아닙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십시오. 도대체 왜 약점을 보완하고 극복하라고 하죠? 왜 전과목을 골고루 다 잘해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거죠? 그리고 그런 시스템이 정말 개인과 사회를 위해 필요한가요?
예컨대, 저는 학창시절에 국어와 영어는 정말 잘했는데 수학에는 영 소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몇 년을 제가 좋아하는 과목들은 접어두고(공부 안 해도 어느 정도는 점수가 나오니까) 제가 싫어하고 소질도 없는 수학을 공부하느라고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결국 거기서도 어느 정도 점수를 받아 대학에 갔습니다만, 그 몇 년의 시간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요? 차라리 그 시간에 제가 이미 잘 하는 것을 더 잘 하기 위해 노력했더라면, 저도 신나고 결과적으로 사회도 더 수지가 맞지 않았을까요?
여러분, 여러분의 약점이 무엇인지 아는 것의 반대 측면은 여러분의 강점, 장점, 관심, 흥미, 재능, 열정을 아는 것입니다. 그 둘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둘 다 알아야죠. 하지만 일단 양면을 다 알았다면, 약점을 보완하거나 극복하려고 하지 말고, 대신 여러분의 장점과 강점을 더욱 계발하고 키우고 즐기도록 하십시오. 적어도 이건 내가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영역을 가지십시오. 그것이 여러분 개인을 행복하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사회도 그런 여러분 덕분에 혜택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왜요? 지금은 다품종 소량생산의 시대, 다양성의 시대, 개인의 지식과 창의성이 가치를 만들어내는 시대이니까요? 그것이 새 시대의 새 지혜이니까요.
여러분의 관심과 열정이 돈 되는 의사나 변호사의 길로 이끌지 못한다면 그걸 누르고 살아야 하나요? 여러분의 관심과 열정은 그저 취미생활 정도로 묻어두고, 결국은 안정적인 월급을 보장해주는, 그래서 다들 몰려가는, 넓은 길로 가는 것이 인생의 정답인가요? 그런 생각을 하시는 분은 제 사이트에서 더 이상 기웃거리실 필요가 없습니다. 제 사이트에서 건질 것이 하나도 없을 겁니다. 그러나 다가오는 시대, 아니 부분적으로는 이미 와 있는 새로운 롱테일 경제시대에 자유롭게, 신나게, 행복하게, 열정적으로 살고 싶고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경제적 안정도 추구하고 싶으시다면 제가 앞으로 할 이야기에 계속 귀를 기울여 보십시오.